혁신적이면서 상당히 광범위하고 간간히 전문적인 상식과 진실에 기초한 정신과 이노의 본격 아나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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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집을 만나게 된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누나의 친구를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게 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 우연히라기 보다는 내가 시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되어 - '"최영미의 시집 읽어봤어?"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이었을꺼라 생각된다. 전교조가 빨갱이 취급을 받고 운동권은 민민과 PD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 그녀는 나의 전력을 세세하게 알고 이 시집을 권해준 것이었다.


"황지우의 시집을 읽었을때 받았던 충격이 다시한번 왔어."


난 그 느낌이 궁금했다.

그녀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아마도 처음의 창작과 비평사의 베트스셀러였을 것이다. 그녀는 그 시집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음으로써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작가가 되었다.
아마도 그녀가 창비(창작과 비평사)를 통해서 출판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표면적으로는 아니지만 - 적어도 나에게는 - 변절해버린 학생운동가의 자조섞인 푸념이랄까 목적없는 운동이 지속되고 있음을 설교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대학시절 운동권은 조용한 혼란과 격정의 시대였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으로 가투를 나가고 수업거부를 하던 선배들의 시대는 갔고 갑자기 적이 없어진 공황감에 그들의 입지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적이 사라졌다.....'

모두가 바라 마지 않는 상황이지만 갑작스럽게 맏닥뜨린 이 상황은 어느 누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전쟁이 끝나면 군대의 필요성을 잊어버리듯 '운동권'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잊혀져갔다.
그리고 그들은 이 나라의 허리 '386'이 되었다.
힘든 일이었지만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한 여자의 남편이 혹은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또 한 아이의 아빠,엄마가 되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 시집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우울로 가득차있었던 그의 글들은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고 상처입은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었다.

서른, 잔치는 끝났지만 그들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4/12/16 12:42 2004/12/16 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