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이면서 상당히 광범위하고 간간히 전문적인 상식과 진실에 기초한 정신과 이노의 본격 아나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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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잠들었다 깼는지 찌푸린 얼굴로 이야기한다.
출근해야지.
어...가야지...

해야지...가야지...치열한 일상으로...다시 현실로 돌아가야지.
그런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소기의 목적을 이뤘건만...
뒤돌아서 길거리에 스치는 수많은 인연처럼
멀어져가야 했건만.
이바닥이 다 그런거지
한마디 던져주고 돌아가야 하건만...
여물지 못한 가슴은 그녀의 전번을 묻고...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히죽거리는 압구리의 아침...

아침부터 메신저가 바쁘다...
야 성공했어?
응 그런데...
ㅊㅋㅊㅋ ^0^
....

존재감에 대한 회의
이미 태어날때부터 많은걸 가지고 태어났고 더 많은걸 가지려 부단히 뛰어온사람과
보통의 환경과 보통사람으로 살아오길 원했던 사람
그리고 너무나도 다른 기호, 취미, 환경...

1994년 12월 23일 스물한송이 장미꽃다발을 쓰레기통에 쳐박은 이후로
여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꽃을 사보긴 처음인거같다.
보라색 아이리스 한다발을 들고 그녀를 맞았다.

몇살이야?
너보다는 많아.
거짓말이지?
내 남자친구가 지금 군대에 있거든 걔가 9살 연하니까 잘 생각해봐..

아 그거였구나...
3개월만 사귀자는 약속...
배신감...그리고...
집착.
퀸사이즈 침대가, 유리탁자위에 다소곳이 세팅된 2명분의 다기가, 그리고 두개의 실내용 슬리퍼가
잠시 머무는 식객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
한사람을 위한거였다는것...

그리고 그 자리에 대한 막연한 욕심...

다신 연락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떠나갔지만...
다른 무었도 필요없고 너 그 자체로 좋아한다는 말을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도 믿을수는 없었겠지만
진심이었다는걸
언젠간 그녀가 알게될까?

지인들을 만나 술한잔을 건네고 헤어지는 길에 말을 건넸다.
형... 내가 그사람의 배경을 좋아했던걸까?
야 그냥 잘난 여자랑 잤다고 생각해.
.....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을까...
석연치 않은... 이 가슴을 짓누르는 감정은 무얼까.

샤워하는데 등이 가렵다...
거울에 비춰보고 한번 더 가슴이 내려앉았다.
모든 동물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있고
그 영역을 표시하기 위한 여러가지 표식을 하게된다.
그녀의 표식이었을까.
등에는 이제 아물어 딱지가 내려앉은 손톱자국이 선연히 찍혀있었고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었던것같다.
그렇게 겨울은 지나갔지만
시간이 해결해줄꺼라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지금 이렇게 잘도 낼름낼름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난
내 등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상상한다.

나 아직 그녀의 영역임을...
2005/04/07 17:37 2005/04/07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