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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초등학교 앞 가판앞에서 삐약거리는 병아리는
꼬마들에게는 언제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어슴프레 흰깃이 비치기 시작하는 이 병아리들이
노란 솜털을 가진 귀여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과
그 솜털이 없어질 때까지 만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확률이 매우적은
병든 병아리라는 것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주머니속 쌈짓돈을 꺼내들어 노란 비닐봉투에
한두마리씩 병아리를 담아 집으로 향한다.

소년은 그나마 꽤 튼튼한 병아리를 골랐나 보다.
소년의 병아리는 비닐봉지 속에서 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소년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병아리가 도망칠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이 미친 소년은
행여 병아리가 도망칠세라 두손으로 병아리를 쥐고 집까지 내달렸다.

기쁜 마음에 두손을 벌려 엄마에게 자랑하려던 소년은
손바닥위에 죽어있는 병아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서 구속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중해서 구속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소중한 것들을 너무 꼭 쥐면 잃게 된다는 사실과
그래서 너무나 세게 쥐면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늦게 깨닫는다.

늦은 봄, 나른한 햇살속에 소년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2004/12/09 15:16 2004/12/09 15:16